[열일목사 에세이] 목사, 전쟁터과 같은 세상을 알아가다
2022년 1월 30일
목사가 되기 위한 여정
신학대학교 4년, 신학대학원 3년, 강도사 고시와 목사 고시까지 오랜 시간 동안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 공부를 했다. 또 2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교회에서 전도사, 강도사, 목사 사역을 이어왔고, 외부에서도 선교단체를 통해 찬양 사역도 해왔다. 이런 나의 이력은 일반적인 교회에 부교역자 사역을 지원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교회 밖으로 나와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목회자로서의 이력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전혀 필요없는 것들이었다. 간단한 아르바이트 구직을 위해 알바사이트에 개인 이력을 넣을 때 "신학교"와 "신학과"라는 단어를 지우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 플랫폼 노동
그래서 시작한 일들이 "스마트스토어", "쏘카핸들러", "대리운전", "쿠팡파트너스", "스프레드셔츠" 등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플랫폼 노동이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자들이 많다는 의미했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개인 특유의 기술이나 특화된 서비스가 아닌 가격 인하를 통한 치킨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은 분명 전쟁터였다. 교회 사역을 하면서는 결코 상상해보지 못했던 광경들이었다.
목회자로서의 새로운 깨달음
이런 모습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목회자인 내가 무지하고 무관심해서일까? 아니면 플랫폼 노동을 하는 성도들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플랫폼 노동을 해보니 주일 이른 아침에 1부 예배에 나와야만 한다는 권면이, 헌금에 대한 설교가 굉장히 불편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도 생존을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성도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을 것이다. 이 생존 전쟁의 상황을 목사인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는가? 너무 추상적으로 이해하지는 않았었는가? 성도들의 간절함을 평가절하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아마 하나님께서 목사인 내게 그런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에 허락하신 길이 일하는 목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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