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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12

[열일목사 에세이] 역지사지, 낙장불입

[열일목사 에세이] 역지사지, 낙장불입2023년 6월 2일동부 이촌동에 안착했던 어느 날의 이야기입니다. 늦은 시간, 동부 이촌동에서 콜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인천 방향 1호선 전철에 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도 되는 상황이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했습니다. 하지만 전철 안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출근 중이었으니까요. 전철이 빠르게 이동하는 동안, 저는 연신 GPS 새로고침을 누르며 실시간 콜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동 중에 콜을 잡는 것은 저 같은 초짜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히 뚜벅이에게는 더욱 어려웠습니다.어느덧 전철은 영등포역에 도착해 사람들을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 집 근처로 가는 복귀 콜이 하나 떴습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콜 수..

대리운전 2024.09.13

[열일목사 에세이] 교회 밖의 목소리, 가슴 속의 질문

[열일목사 에세이] 교회 밖의 목소리, 가슴 속의 질문2022년 9월 24일대리운전을 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교회 밖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바로 옆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대놓고 엿듣게 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운전하는 내내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명색이 목사인 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목사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런 해석 작업은 엄청 빠르게 일어나며, 그 과정이 참으로 피곤할 때가 많다.교회에 대한 비난, 목사의 자리에서 느끼는 무게특히 나를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주제가 있다. 바로 "교회에 대한 비난"이다. 차 안의 손님들이 교회에 대해 비난을 시작하면, 그 말들이 마음 깊이 스며들어 나를 괴롭게 한다. 이럴 때 나는 참 많은 말을 하고 싶어진다.교회에 대한 오해..

대리운전 2024.09.13

[열일목사 에세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열일목사 에세이] 커피 한 잔 하실래요?2022년 9월 24일어느 날, 대리운전 첫 콜 고객이 차에 타자마자 허둥대며 미안해 하셨다. “기사님께 드릴 커피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며 잠깐 정차해 커피를 사오겠다고 제안하셨다. 마침 커피가 마시고 싶기는 했지만, 감사한 마음만 받겠다고 말하고 바로 운행을 했다.두 번째 콜은 송도. 만날 장소에 도착해 고객에게 전화를 했더니,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여유 있게 갖고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도착한 고객은 운전석 옆 컵홀더를 정리하며 커피를 꽂았다. 나를 위해 준비했나 싶었지만 곧 자신이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김칫국부터 마신 것이다.보통 대리운전 기사가 자리에 앉으면 네비게이션 도착..

대리운전 2024.09.10

[열일목사 에세이] 그때 그때 달라요

[열일목사 에세이] 그때 그때 달라요2022년 9월 24일부교역자로 사역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양한 부서에서 각 상황에 맞게 모드 전환을해야 했던 것이다. 주일이 그 절정이다. 1부 예배 사회, 교육부서 사역, 찬양팀 사역, 청년부 사역, 오후 예배 사역 등 하루 동안 만나서 사역해야 할 대상과 모임의 성격, 그리고 해야 할 역할들이 너무도 다양했다. 이렇게 빠르게 전환되는 사역들 속에서 마음과 생각의 전환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매일 운행하는 대리운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컨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다르다.어떤 날은 차에 타자마자 자신의 사는 이야기를 쏟아놓는 고객을 만나는 날이 있다. 어떻게 신용불량자가 되었는지, 기사회생을 어떻게 이뤄냈는..

대리운전 2024.09.09

[열일목사 에세이] 경쟁자에서 동역자로

[열일목사 에세이] 경쟁자에서 동역자로2023년 3월 22일내가 대리운전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하며 자랐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것은 욕심’이라고 배웠고, 실제로 그렇게 설교했다. 심지어 신학생 시절, 등록금을 내지 못해 교무과에서 독촉을 받으며 눈물로 기도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사역의 현장에 있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다 보니,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 사역을 중단하게 되니 그 절실함은 더 커졌다.대리운전을 선택한 이유 중 하..

대리운전 2024.09.08

[열일목사 에세이] 천천히 오세요

[열일목사 에세이] 천천히 오세요2023년 2월 22일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취미로 하고, 어떤 사람은 직업으로 삼는다. 요즘은 취미로도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취미와 직업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같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투자하는 시간의 차이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전문적인 장비의 유무다. 흔히 말하는 ‘장비빨’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인테리어 공사나 도배 공사하는 분들을 보면, 실력도 뛰어나지만 생전 보지 못한 전문 장비들이 즐비하다. 역시 프로는 아마추어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대리운전의 세계에도 이와 같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존재한다. 대리운전 기사들 사이에서도 운전 실력..

대리운전 2024.09.08

[열일목사 에세이] 팽팽한 긴장감

[열일목사 에세이] 팽팽한 긴장감2023년 2월 17일대리운전을 시작하기 전,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 중의 하나가 '길 찾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새로운 교회에 부임해 이사만 가도 동네 지리를 익히는 데 몇 개월이나 걸렸던 나인데, 매일 새로운 장소들을 그것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나를 압박했다.감사하게도 이런 걱정은 스마트폰 덕분에 해결되었다. 스마트폰에 몇 가지 지도 앱과 내비게이션 앱만 설치하면, 현재 내가 위치한 곳으로부터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 최단 거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차로 이동할 때, 도보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모든 경우의 수가 누르는 즉시 출력되었다.혹시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운전을 고민하고 있거나, 평소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에 ..

대리운전 2024.09.08

[열일목사 에세이] 후회 없는 선택 God will make a way

[열일목사 에세이] 후회 없는 선택 God will make a way2022년 3월 29일서울 청계산 근처에서 출판사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 아까워 콜을 잡았는데 도착지가 평택이었다. 그렇게 한 콜타고 2시간 동안 기다리기만 했다. 별 소득 없이 결국 후퇴를 선택하고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언제나 도착할 수 있을까?그런데 항상 아쉬운 것이 있다. 꼭 집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후퇴하는 버스를 타면 그때서야 집 방향 콜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정말 야속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기에, 놓친 콜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도 몸으로 부딪히며 또 하나의 설교 예화를 얻었다.God will make a way.역시 설교 준비는 힘들다. Don ..

대리운전 2024.09.05

[열일목사 에세이] 경건한 대기 시간

[열일목사 에세이] 경건한 대기 시간 2022년 4월 19일대리운전 대기타는 시간. 다른 이들에게는 지루하고 무료한 시간이겠지만, 내게는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하고 뜨거운 경배와 찬양의 시간이다.특히 길바닥?에서 듣는 설교는 그 어느 때보다 심령에 팍팍 꽂힌다. 삶의 여정 속에서 주시는 작은 속삭임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이 시간이 나를 다시 일으키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하는 은혜의 순간이 될 것을 믿는다.삶의 예배 | Isaiah6tyOne Conference 2020 | Live | 아이자야 씩스티원

대리운전 2024.09.05

[열일목사 에세이] 고난 주간 특집 in the Road vs in the Lord?

[열일목사 에세이] 고난 주간 특집2022년 4월 15일 23:11고난주간 금요일밤어김없이 온더로드, in the Road나도 in the Lord이고 싶은데...2022년 4월 16일 00:40집에 가는 막차를 놓쳐서 비자발적 새벽 운행을 하며 오늘 밤을 지새워야 할 것 같다.2022년 4월 16일 02:00흠... 새벽 콜도 못잡고, 탈출도 못했다. 3시간 30분만 버티면 되겠다. 당구장과 안마방이 있는 계단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는데 업소 영업을 마친 주인이 나와 계단 전등을 껐다.주변을 돌아다녀보니 인형뽑기방이 있어 들어갔다. 그곳엔 나뿐만이 아니었다.2022년 4월 16일 04:56군복무 시절 임진강 철책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섰던 이후로 이렇게 한 자리에서 긴 시간 동안 밤이슬을 맞으며 아침을 ..

대리운전 2024.09.04

[열일목사 에세이] 가장 큰 은혜

[열일목사 에세이] 가장 큰 은혜2022년 4월 13일대리운전하면서 가장 큰 은혜는 마지막 콜 도착지가 집 근처일 때이다. 감사하게도 집에서 3km 떨어진 곳에 착지! 이게 왠 은혜인가 싶다.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찌 이런 편안하고 안락한 것을 가장 큰 은혜라 하겠는가? 나도 참 많이 세속적이구나. 부르심따라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며 목사 안수 받을 때 눈물을 흘리던, 아골 골짝 빈들에도 가겠다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내게 주신 가장 큰 은혜는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이나 내가 어디에 있든지 여전히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이 그 어디에나 계시다는 것 아닌가?창세기 13:14-15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

대리운전 2024.09.03

[열일목사 에세이] 목사가 과속을: 배보다 배꼽이 큰 날

2022. 4. 28.2022년 4월 28일, 정말 속상한 하루였다. 16,000원짜리 대리운전을 하고, 32,000원의 과속 운전 벌금을 냈다. 일해서 번 돈보다 벌금이 두 배나 더 나가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티맵 운전자 점수 100점을 고수하는 내가? 평소 “왜 그리 답답하게 운전해요?”라는 말을 듣던 내가? 당시 일을 복기해봤다. 비교적 어린 20대 초반의 친구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4명이 술에 잔뜩 취해 신나게 떠들고, 짖꿎은 장난을 치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했었다.아마 그런 상황이 내게 매우 혼란스러웠나보다. 그래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Gina

대리운전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