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목사 에세이] 영적인 혼밥쟁이
2022년 5월 3일
화목제는 번제와 달리 일부만을 태우고 나머지 부분들을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눠 가지게 된다. 이는 하나님께서 언약 안에 있는 백성들에게 주시는 풍성한 식탁 교제로의 초대와 같다. 풍성하게 주시니 봉헌자가 가지고 가는 양도 엄청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많으면 좋겠지, 많은 게 뭐가 문제가 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고기를 많이 받으면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말려서 육포로 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제한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레위기 7:15
"그가 감사함으로 드리는 화목제 희생의 고기는 드리는 날에 먹을 것이요, 조금이라도 이튿날 아침까지 두지 말 것이니라."
화목제로 드리고 받은 고기의 식용 가능 기간은 길어야 최대 이틀이다. 봉헌자는 받은 고기를 이틀 안에 모두 먹어야만 한다. 만약 시간이 지나 그것을 먹게 된다면, 그가 드린 제사는 하나님께서 기쁘시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레위기 19:5-6
"너희가 여호와께 화목제 희생을 드릴 때는, 너희가 기쁘게 받으시도록 드릴 것이니, 그것은 드리는 날과 그 다음날에 먹고, 셋째 날까지 남았으면 불사를지니,"
어떻게든 이틀 안에 다 먹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떻게 기쁨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상황이 기쁨이 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나누는 것이다.
주어진 것을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주변 사람들, 이웃들과 함께 먹는 것이다. 그렇게 나누기 시작하면 이 식사는 혼밥이 아니라 만찬, 잔치로 바뀌게 된다.
히브리서 13:16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 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
사도행전 2:46-47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시니라."
신자는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것들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멈추고, 공동체와 이웃에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오늘도 나는 나 하나만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격렬히 일하고, 영적인 영역인 기도와 예배조차도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나라나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관심은 없고, 오직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 욕망만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 나는 영적인 혼밥쟁이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혼밥은 가장 깔끔하고 간편하며 신경 쓸 일이 없다. 결정하기도 쉽다. 하지만 나는 정말 예수님을 믿고,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고 있는 영원하고 풍성한 식사를 잔치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혼밥을 잔치로 만들기 위해 어떤 수고와 노력, 그리고 손해봄을 감수해야 할 때이다. 내가 오늘 누리고 있는 풍성함을 나눌 용기가 있을까? 혼밥 대신 공동체의 잔치에 참여하는 영광과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누가복음 12:19-21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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