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목사 에세이] 팽팽한 긴장감
2023년 2월 17일
대리운전을 시작하기 전,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 중의 하나가 '길 찾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새로운 교회에 부임해 이사만 가도 동네 지리를 익히는 데 몇 개월이나 걸렸던 나인데, 매일 새로운 장소들을 그것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나를 압박했다.
감사하게도 이런 걱정은 스마트폰 덕분에 해결되었다. 스마트폰에 몇 가지 지도 앱과 내비게이션 앱만 설치하면, 현재 내가 위치한 곳으로부터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 최단 거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차로 이동할 때, 도보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모든 경우의 수가 누르는 즉시 출력되었다.
혹시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운전을 고민하고 있거나, 평소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앱이 내 스마트폰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사용해 모르는 곳을 익숙하게 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작 복병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길 찾기보다 더 큰 복병이 있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거의 모든 장소가 초행길이다. 그래서 내비게이션이 매우 유용하다. 이동 경로, 최단거리, 도로 교통 상황, 과속 카메라 경고까지 모든 정보를 내비게이션이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때 차 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찼다
문제는 손님들은 대부분 직장 근처에서 집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목적지 이동 경로를 잘 알고 있다. 또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내게 내비게이션 사용을 금하고, 자신이 말하고 원하는 길로만 가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도착할 때까지 "좌회전, 우회전, 직진..." 등을 지시하며 운전하는 내내 간섭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내비게이션은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경고를 반복하고, 차 안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그런 상황이 되면 운전하는 내내 머리가 복잡해진다. "왜 이 손님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내려놓지 못하고 익숙한 길로만 가라고 고집할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날을 되돌아보니, 그것은 마치 하나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내려놓을 때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가려했고, 겨우 내려놓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운전석을 내드리고 조수석으로 가서도 계속 훈수두려는 교만한 마음이 내 안에 가득했었다.
"하나님 말씀대로 살기보다 네 경험과 생각을 고집했던 건 너 아니었니?"
내가 남을 탓하며 고객의 고집을 비난했지만, 결국 나 자신도 내 생각과 고정관념에 갇혀 바뀌지 않으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나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도 내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 누가복음 6:41
그런즉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모든 도를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살 것이요 복이 너희에게 있을 것이며 너희가 차지한 땅에서 너희의 날이 길리라 | 신명기 5:32-33
결국, 고객의 고집스러움을 탓하던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메시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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