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목사 에세이] 경쟁자에서 동역자로
2023년 3월 22일
내가 대리운전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하며 자랐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것은 욕심’이라고 배웠고, 실제로 그렇게 설교했다. 심지어 신학생 시절, 등록금을 내지 못해 교무과에서 독촉을 받으며 눈물로 기도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사역의 현장에 있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다 보니,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교회 사역을 중단하게 되니 그 절실함은 더 커졌다.
대리운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진입장벽이었다. 목회자로서 가장 많이 했던 차량 운행과 비슷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 일이 학력이나 경력에 대한 차별 없이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리운전은 학력이나 학벌, 나이와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치열한 경쟁을 의미했다. 대리운전 기사 플랫폼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진다. 누가 먼저 고객의 콜을 받는가, 누가 더 높은 가격의 콜을 잡는가에 대한 경쟁이 매우 심각하다. 처음에는 이 플랫폼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했지만, 곧 이곳도 치열한 전쟁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립 속 동반자
도심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떨어졌을 때, “과연 여기서 콜을 잡을 수 있을까? 새벽까지 여기에 갇혀 있으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이 커졌다. 그때 무심코 대리운전기사 앱의 지도 기능을 열어보았고, 놀랍게도 주변에 듬성듬성 기사들이 표시된 것을 발견했다. ‘나 혼자 고립된 줄 알았는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안심되며, 그 기사들을 향해 혼자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기사님 덕분에 힘이 납니다.”
도심에서는 경쟁자였지만, 외곽에서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이 상황을 돌아보니, 목회자로서 사역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교회 안에서도 마치 전쟁터 같은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누가 더 설교를 잘하는가, 누가 찬양 인도를 더 잘하는가, 누가 담임 목사님의 칭찬을 더 많이 받는가 등, 지금 생각하면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그때는 전쟁의 이유가 되었다.
동역자의 소중함
그러나 지금, 혼자 집에서 예배를 드리며 개척 사역을 하고 보니, 그때 함께 사역했던 동료들이 그립기만 하다. 늘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그들의 빈자리가 지금은 크게 느껴진다. 대리운전을 하면서 경험한 이 일들이, 교회 사역에서도 내가 누군가를 경쟁자가 아닌 동역자로 바라보는 데 큰 교훈이 되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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