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목사 에세이] 그때 그때 달라요
2022년 9월 24일
부교역자로 사역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양한 부서에서 각 상황에 맞게 모드 전환을해야 했던 것이다. 주일이 그 절정이다. 1부 예배 사회, 교육부서 사역, 찬양팀 사역, 청년부 사역, 오후 예배 사역 등 하루 동안 만나서 사역해야 할 대상과 모임의 성격, 그리고 해야 할 역할들이 너무도 다양했다. 이렇게 빠르게 전환되는 사역들 속에서 마음과 생각의 전환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매일 운행하는 대리운전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컨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날은 차에 타자마자 자신의 사는 이야기를 쏟아놓는 고객을 만나는 날이 있다. 어떻게 신용불량자가 되었는지, 기사회생을 어떻게 이뤄냈는지,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과 결혼 계획, 그리고 신혼집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즈니스를 위해 술 마시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지 등등. 이야기들의 내용들이 “내가 이걸 들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밀한 것들이 있다. 이런 날이면 나는 자연스레 가정 심방을 하는 목사 모드가 된다.
또 어떤 날은 고객들이 차에 타자마자 끊임없이 전화 통화를 한다. 사업 파트너와의 통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와의 통화, 심지어 바람 피우는 상대방과의 통화까지, 통화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라 때로는 내가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날 나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투명인간 모드가 된다.
그러던 중, 어떤 고객이 불법과 탈세에 대한 통화를 열심히 하고 난 뒤,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한다. "야, 아무튼, 나 내일 1부 예배 갈 거야. 2부는 못 가" 아찔하다. 방금까지 술에 취해 온갖 욕설과 음흉한 말, 게다가 불법과 탈세 방법에 대해서 여러가지 방법들을 쏟아내던 사람이 던진 말이 "1부 예배"라니... 놀라운 건, 이런 상황이 심심치 않게 있다는 것이다.
"교회란 무엇이고, 예배란 무엇이며, 목사란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순간들을 경험할 때마다 나는 “교회란 무엇이고, 예배란 무엇이며, 목사란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운전하는 내내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다. 그런 날이면 나는 무기력한 목사 모드가 된다.
혼란과 무력감 속에서
매일매일 다른 대리운전의 풍경 속에서, 나는 목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깊은 혼란과 무력감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다시금 교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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